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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cernews 2008-05-23 16:43:37
제        목   [런던통신] 그랜트 감독은 웃을 자격이 있다

[스포탈코리아=런던(영국)] 박찬준 통신원= 세계 최고 선수임을 확인시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선제골, 어머니를 여윈 슬픔을 딛고 일어난 프랭크 램퍼드의 동점골, 첼시를 떠나고 싶어 하는 디디에 드록바의 퇴장, 보비 찰턴의 기록을 뛰어넘은 라이언 긱스의 투입, 큰 경기에 약한 호날두의 승부차기 실축, 최고의 활약을 보인 주장 존 테리의 실축,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우승.

어제 120분 동안 수많은 기사거리를 만들어 준 거대한 드라마는 결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박지성의 결장으로 아쉬움을 낳기도 했지만, 맨유는 이번 우승으로 더블을 거머쥠과 동시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그렇게도 원했던 두 번째 유럽컵을 거머쥐었다. 이 욕심 많은 영감님은 지금 이 순간 세 번째 우승을 꿈꾸고 있을지 모르지만, 지구상 가장 행복한 사나이임은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경기 직후 맨유 팬들과 선수들이 환호성을 지르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인터뷰 첫 마디를 한숨으로 대신한 첼시 아브람 그랜트 감독의 심정은 어떨까. 그랜트의 인터뷰대로 첼시는 어제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해도 손색이 없는 경기를 펼쳤다. 후반전은 첼시가 완벽히 지배했으며, 드록바와 램퍼드의 슛은 모두 골대를 맞고 나왔다. 다만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다. 운 역시 명장의 조건이라면 그랜트는 여전히 '졸장'이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칼링컵에서 모두 우승 문턱에서 무너진 그랜트의 성과는 그의 태생적 한계와도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른다. 주제 무리뉴라는 희대의 감독이 물러나고 지휘봉을 잡은 그랜트는 언제나 환영받지 못한 존재이자 무능한 존재였다. 무리뉴를 바라보는 시선이 기대였다면, 그랜트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 불만이었다. 이러한 시각 속에서 첼시가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제 경기가 퍼거슨이 명장임을 확인시켜준 경기라면, 그랜트에게는 또 다른 명장이 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 적어도 선수와 팬들,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랜트는 새롭게 재평가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첼시의 뚝심 있는 전술은 후반을 완벽히 지배했으며, 테리의 실축 때까지 경기장의 분위기는 첼시의 것이었다. 드록바의 퇴장으로 경기 양상이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첼시의 축구가 지루하다고 했던 퍼거슨을 머쓱하게 만들 만큼 멋진 공격축구를 펼쳤다.

그가 진정으로 돋보인 것은 팀이 패배한 직후의 순간이었다. 무리뉴보다 떨어지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비난받던 이 이스라엘 감독은 실축으로 눈물 흘리고 있는 테리를 오랜 시간 안아주었으며, 실망한 선수들을 모아 격려했다. 그가 보여준 인간미 느껴지는 카리스마는 후반기 첼시가 맨유를 압박하고,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진출시킨 원동력이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그의 말대로 스페셜하지 않지만, 평범함 속의 비범함을 지닌 남자였다.

조국에서 승리를 원했던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어제 패배를 두고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의 거취가 어떻게 되던 간에 적어도 어제 첼시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했으면 한다. 그랜트는 성과에 대한 칭찬보다 적어도 자신의 능력을 공정히 평가받고 싶은 기회를 원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진=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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