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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cernews 2008-06-09 11:24:40
제        목   [유로 포인트] 포돌스키, 슬픈 역사의 진실 앞에서 울다

[스포탈코리아=클라겐푸르트(오스트리아)] 서호정 기자= 결국 폴란드는 지난 75년 오욕의 역사를 바꾸지 못했다. 지난 월드컵에서의 맞대결 포함 대독일전 4무 11패.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역사의 원수를 무릎 꿇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결국 16번째 대결도 패배였다.

폴란드 입장에선 이날 패배가 더 아쉽고 쓰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독일에게 승리를 안겨준 선제골과 쐐기골의 주인공 루카스 포돌스키는 폴란드계다. 선제골 과정에서 폴란드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트리며 완벽한 찬스를 제공한 미로슬라프 클로제도 폴란드계다. 폴란드는 결국 폴란드에 의해 무너지고 만 셈이다.



붉은색의 폴란드 유니폼이 아닌 독일 유니폼을 입고 뛰는 포돌스키와 클로제는 폴란드 역사의 슬픈 진실을 말한다. 둘은 과거 소련 체제 하의 폴란드 인민공화국 시절 부모와 함께 국가를 탈출, 자유세계로 이주한 케이스다. 47년 사실상 소련의 위성국가인 공산 정권을 세워야 했던 폴란드는 89년 바웬사가 이끄는 자유노조에 무너지기 전까지 사회, 경제 모두 힘겨운 시기였다. 포돌스키와 클로제의 가족 모두 원치 않은 이주를 떠났다.

클로제는 세 살 때인 81년 프랑스로 탈출했다가 옛 조상 중 독일인의 피가 섞인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 정착했다. 비록 새 조국을 얻었지만 클로제 가족은 폴란드에 대한 자긍심을 잃지 않았다. 클로제는 어린 시절 집안에서는 폴란드어를 써야 했고 현재로 폴란드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포돌스키 역시 마찬가지다. 2살 때인 87년 이주한 그는 이름 자체도 폴란드식(우카시 포돌스키)이다. 현재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도 폴란드인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독일 축구는 90년대 들어 재능 있는 이주민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게르만에 대한 우월감을 버리는 대신 프랑스나 네덜란드가 누리고 있는 강점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도였다. 과거 게랄트 아사모아가 그랬고, 이번 유로 2008 대표팀에는 포돌스키와 클로제 외에도 케빈 쿠라니, 표트르 프로초프스키가 이민자의 자식이다. 쿠라니는 브라질에서 태어난 독일-파나마계고 프로초프스키는 또 다른 폴란드계 선수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폴란드 축구팬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선제골을 기록하기 전 포돌스키가 폴란드 수비수에 걸려 넘어졌지만 반칙으로 인정되지 않자 바로 앞에 있던 폴란드 서포터들은 어떤 독일 선수보다 더 강한 야유를 퍼부었다. 야유에 위축된 포돌스키는 이어진 클레멘스 프릿츠의 완벽한 크로스를 정확한 슛으로 연결하지 못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전반 20분 맞은 완벽한 찬스를 놓칠 순 없었다. 골을 기록한 뒤 포돌스키는 격한 세레머니를 자제했다. 슬픈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동료들은 달려와 그를 안으며 위로했다. 쐐기 골을 기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포돌스키가 골을 기록할 때마다 가장 먼저 달려온 선수는 클로제였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짧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경기 시작 전 뵈르테르제 스타디움으로 오는 길에서 독일 팬들을 도발하던 폴란드 팬들의 노래가 생각났다. “독일은 폴란드인을 빌려 쓰고 있다네.” 그런 노래를 듣는 독일 팬들은 별달리 반응하지 않고 웃었다. 유럽 축구계에서 포돌스키와 클로제의 사례는 이제 비일비재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되어 들어와 폴란드의 반격을 이끈 호게르 게레이로는 폴란드가 유로 2008의 성공을 위해 영입한 브라질 귀화 선수였다. 개막전날 포르투갈에게 첫 승을 선사한 데쿠와 페페는 브라질 출신의 귀화 선수였다. 조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유니폼을 입고 조국의 심장을 겨눠야 하는 모습들은 이제 더 익숙한 일이 될 듯 하다.

사진=득점 후 눈물을 흘린 포돌스키 ⓒGettyimages/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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