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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cernews 2008-06-02 21:34:59
제        목   결과에 붕괴되어 버린 허정무 감독의 원칙과 소신

[스포탈코리아] 서호정 기자= "대표선수는 모범이 되고 그라운드에서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허정무 감독이 자신의 축구 경력 두 번째 A대표팀 감독 취임사에서 밝힌 팀 운영의 원칙과 소신은 큰 환영을 받았다. 2007년 잇달아 발생한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사고로 한국 축구는 철학과 규율, 질서가 한번에 무너지며 대한축구협회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아시안컵이라는 큰 대회 중 음주 파문을 일으켰고 K-리그와 FA컵에서는 선수들 간의 충돌과 심판에 대한 항의로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이 거듭됐다. 이에 협회는 강한 징계를 내리며 질서 바로 세우기에 나섰다. 지난해 말부터 파주 NFC에 걸렸다는 대표팀 선수 수칙에서 '음주, 흡연'을 금하는 항목이 눈길을 끈 것이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현재, 허정무 감독은 요르단과의 무승부로 인해 부정적 여론이 가득한 상황에서 골키퍼 이운재를 불러오고 싶다는 의외의 발언을 던졌다. 이는 허정무 감독 본인이 세운 중요한 근간을 깰 뿐만 아니라, 스타 플레이어에게도 강한 징계를 내린 축구협회의 원칙과 정체성을 흔드는 발언이었다. 단순한 승패를 논하는 것이나, 조직력이나 개인 기량을 탓하는 것보다 훨씬 책임 없는 요청이었다.

표면적으로 봐도 현 시점에서 이운재를 긴급 소집한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요르단 원정을 위한 출국을 겨우 이틀 앞두고 있고, 이미 선수는 확정 선발해 훈련 중인 상태다. 팀의 전반적 조직력과는 거리가 있는 골키퍼 포지션의 특성 상 전력에 마이너스 요인은 적다. 하지만 그의 징계안을 해제하기 위한 과정을 최소화 혹은 생략하고, 소속팀 수원의 스케줄을 감안하지 않겠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만일 허정무 감독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랬다면 굳이 이 시점에서 말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 대표팀 소집 이전에 충분히 여론을 수렴하고, 논리적 설득을 통한 공감대 형성으로 정당한 방법을 찾아 징계를 해제했어야 했다. 꽤 오래 전부터 이운재의 징계 해제를 요청할 생각이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나마도 대한축구협회 상벌 규정에 의거하면 출전 정지에 대한 징계는 징계 발생 후 2/3의 시일이 지난 후 해제, 경감할 수 있어 7월 이후에나 요청이 가능하다. 물론, 수원 구단이나 이운재 본인 모두 그런 요청을 할 의사는 없었다.

선수에게 미칠 악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운재의 발탁 논란으로 요르단전에 나섰던 김용대는 이미 씻을 수 없는 불명예와 심리적 상처를 입었다. 징계를 받는 동안 사회 봉사활동을 펼치고, 소속팀에서 모범적 모습을 보여주며 올 시즌 다시 한번 수원에서 전성기를 맞은 이운재는 허정무 감독의 말 한마디에 여론에 다시 한번 찍혔다.

이운재에게 내려진 징계는 대표팀의 필요에 의해 가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확정되어진 것이다. 수원이 이운재를 FA컵에 기용하지 못하며 약해진 뒷문을 감수하는 것은 징계라는 원칙을 따르기 위해서다.

지금 잘하고 있고, 대표팀이 필요하다고 예전의 과오가 씻겨진다면 징계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운재에게 명예 회복을 위한 기회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 시기는 과거 동계 전지훈련에서 이운재 본인도 밝혔듯이 자신에 대한 징계가 끝난 뒤다. 그 기회을 얻기 위해 지금 이운재가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인지, 징계를 감면받고자 노력한 것은 아니었다.

대표팀 소집이든, 선발이든 원칙이 있다면 그것을 따라야 한다. 논제에 따라 합의점은 찾을 수 있지만 위기에 빠진 대표팀의 경기력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징계 해제는 합의 대상일 수 없다.

많은 축구 팬들이 이미 떠난 지 6년이 지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아직도 칭송하는 이유는 뭘까? 결과를 위해 스스로가 세운 원칙마저 깨는 수단은 취하지 않아도 자신의 길(My way)을 걸어가며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이 그런 감독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면 이운재 징계 해제 요청과 같은 결과를 위한 수단을 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함이 옳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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