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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cernews 2008-05-02 14:27:57
제        목   [사이먼 번튼] 태국 졸부 손에 흔들리는 맨시티와 에릭손

[스포탈코리아=외신기자컬럼] 날카로운 필체로 프리미어리그를 전해주는 <가디언>의 사이먼 번튼 기자. 이미 한달 전, '박지성 비웃는 자는 결국 바보될 것'이라는 글을 보내오며 박지성의 대활약을 예견키도 했던 그가 이번에는 EPL의 뜨거운 시즌 말미에 대한 컬럼을 보내왔다. = 편집자 주 =

우린 정말 참을성이 부족한 것 같다. 이번 시즌 우승팀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벌써 다음 시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올 시즌의 남은 경기들이 거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다음 시즌을 이미 준비하고 있는 클럽들이 많다.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은 지난 주 프리미어 리그 승격을 확정 지었고, 토니 모우브레이 감독은 팀 전력을 향상시킬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강등이 확정된 더비의 폴 주얼 감독도 마찬가지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두 팀과 강등권의 몇몇 팀들을 제외한 1부 리그의 클럽들 대부분에겐 이제 자존심 외에는 최선을 다할 만한 이유가 별로 없다. 물론 그들도 다음 시즌을 계획하고 있다.

이적 시장은 이미 열렸다. 크로아티아의 특급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는 토트넘과의 계약을 앞두고 있다. 지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도 있다. 그리고 감독 자리에도 변화가 있을 듯 하다.

현재로선 대부분의 프리미어 리그 감독들의 자리는 안전해 보인다. 아브람 그랜트가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둬야 할 테고, 라파 베니테스는 다시 한 번 무관의 시즌을 보내는 바람에 거취가 불확실해졌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다. 맨체스터 시티의 스벤-예란 에릭손 감독은 이번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다음 시즌 감독에 유임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얼마 전 구단주 탁신 시나와트라가 에릭손을 두고 “적임자가 아니다”라고 말해버렸기 때문이다.

놀라운 일이다. 시티가 올 시즌 후반기에 부진하긴 했지만 초반에는 정말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은 엄청나게 향상됐고, 에릭손이 영입한 선수들은 대부분 팀에 잘 적응했으며, 무엇보다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두 번이나 꺾었다. 시티 팬들 중에서 불평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는데 에릭손의 경질설이 흘러나온 후에야 그런 사람들이 생겨난 것 같다.
그들은 분노하고 있다. 시티의 서포터들 중에서 유명인사인 팝 그룹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가 최근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내가 기억하는 한 최고였던 시즌이 끝나고 그를 제거하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는 상황을 호전시켰고 우리 팀을 우아한 스타일로 변모시켰다. 게다가 그는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덕분에 팬들은 클럽에 대한 자부심을 되찾았다. 그를 해임하는 건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단 하나일 수 밖에 없다. 맨체스터에 살아 본 적이 없고 클럽을 매입할 때까지 단 한 번의 경기도 가서 본 적도 없는, 인권 탄압 혐의를 받고 있는 태국의 억만장자에게 클럽을 팔면, 웃기지도 않는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불평해 봤자 어쩔 수 없는 거다.

작년에 시나와트라가 시티를 샀을 때, 인권 탄압에 맞서 싸우는 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그의 태국 총리 재임 기간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상세히 공개하며 우려를 표시한 적이 있다. 부유한 외국인 덕분에 맨유를 꺾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고 믿은 (그 믿음은 결국 현실이 됐다) 시티 팬들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은 돈을 원했고, 그게 어떻게 벌어들인 돈인지는 상관없었다.

그건 여러가지 면에서 이해할 만 하다. 잉글랜드의 명문 축구 클럽들은 갈수록 갑부들의 장난감이 되어가고 있는데 시티가 그런 엘리트 집단에 들어가고 싶어한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수십억원을 벌어들이기 위한 윤리적인 방법이 있다면 말해 보라. 시나와트라가 로만 아브라모비치, 말콤 글레이저, 랜디 러너, 혹은 최근에 축구 구단주가 된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나쁜 사람인가? 물론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축구에 수백만 파운드를 투자하면서 남은 돈을 자신을 위해 쓰는 게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히 도덕심이 결여된 인간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난 시나와트라를 따뜻하게 환영하는 분위기에 실망했고, 최근에야 반발하기 시작한 시티 팬들 때문에 그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침묵을 지켰던 이들이 왜 이제 와서 목소리를 내는지, 어떻게 시나와트라의 배신에 놀랄 수 있는지, 난 그저 궁금하기만 하다. 갑작스럽고 극적인 결정을 내리거나, 축구란 경기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다) 그런 인물인데 말이다.

에릭손이 결국 올 여름에 해고당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시나와트라의 아들이 그가 클럽에 남을 수도 있다고 말했으니까. 그 동안 매각설이 나돌고 있는 몇몇 잉글랜드 클럽들도 시티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 1년 전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등당했고 현재로선 승격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왓포드와 찰턴도 물망에 올라 있다.

어쨌거나 흥미진진한 여름이 될 것 같다. 아니, 벌써 여름이 온 건지도 모르겠다.

글 : 사이먼 번튼 (영국 '가디언' 축구 전문기자)

사진= 이들의 만남은 여기까지인가? ⓒGettyImaes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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