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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bmaster 2007-02-23 08:59:50
제        목   [한준의 축구환상곡] 어수선한 두 명가, 가장들의 엇갈린 대처법

지난 22일 새벽(한국시간), 리버풀FC와 FC바르셀로나, 잉글랜드 프로 축구와 스페인 프로 축구의 자존심을 건 한 판 대결은 두 팀 모두 팀내 불화라는 '자중지란'에 어떻게 대처해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외부의 적을 맞기에 앞서 내부의 적을 이기는 것이 급선무였다. 내분에 대처하는 리버풀과 바르셀로나 감독들의 자세는 완전히 달랐고, 이는 경기의 결과를 통해 더욱 극명히 대비되었다.

▲ 바르셀로나, 에토 사건으로 어수선한 팀 분위기

먼저 일이 터진 것은 바르셀로나였다. 지난 해 10월, 베르더 브레멘과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 무릎 부상을 입은 주전 공격수 사무엘 에토는 4개월여간의 치료와 재활 작업 끝에 레알 라싱과의 리그 경기를 통해 복귀전을 예고하고 있었다. 리버풀과의 16강전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다는 심산. 레이카르트 감독은 경기 종료 5분을 앞두고 그의 교체 투입을 지시했지만 에토는 코치에게 무언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출전을 거부했다. 레이카르트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무슨 이유로 그가 출전을 거부했는지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에토는 이튿날 팀 훈련에도 불참했다.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져갔다. 에토의 출전 거부 사건은 바르셀로나 팀내에 정치적인 알력 사건으로 비화됐다. 일각에서는 마찬가지로 부상에서 돌아온 메시보다 자신이 더 적은 출전 시간을 배정받게 된 것에 불만을 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팀 동료 호나우지뉴와 감독 레이카르트 감독은 언론을 통해 "에토는 개인이 아닌 팀을 생각해야한다"는 인터뷰를 했다.

에토는 이에 격분하며 "그들이 진정 남자라면 그런 이야기를 언론이 아닌 나에게 직접했어야 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사건은 곧 진화됐다. 에토는 다시 팀 훈련에 합류했고, 호나우지뉴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화해무드를 조성했다. 하지만 레이카르트 감독은 무릎 부상을 이유로 에토를 리버풀과의 챔피언스 리그 16강전 출전 명단에서 제외했다. 팀워크에 지장을 주고, 논란의 중심이 된 선수가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고 하나로 뭉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이었을까? 에토는 벤치에도 앉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사복을 입고 경기를 지켜봐야했다.

▲ 포르투갈 전훈서 벌어진 '골프채' 난투극

리버풀은 바르셀로나 원정에 대비 포르투갈로 전지훈련을 떠나 있는 도중에 일이 벌어졌다. 훈련을 마치고 선수들간의 파티가 한창이던 순간, 벨라미는 가라오케에서 리세에게 무대에 올라 로비 윌리엄스 노래를 하라고 채근했다. 하지만 리세는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이를 거절했다. 파티는 싸늘한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벨라미는 새벽이 되어 분을 참지 못하고 골프채를 들고 리세의 방을 찾았다. 난투극은 동료 선수들의 만류로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영국 언론들의 집중포화를 받아야했다.

베니테스 감독은 다음 날 아침, 훈련장에 1군 선수단 전원을 모아놓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벨라미에게는 2주간의 주급 정지와 8만 파운드의 큰 벌금이 물려졌다. 벨라미는 자신에게 내려진 징계를 순순히 받아 들였고, 리세와 공개적으로 화해했다.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달리 리세는 벨라미에게 몰매를 맞은 것 치고는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베니테스 감독은 이들 두 선수가 다툼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전의 핵심 전력이라고 말했다 결국 둘은 나란히 선발 출전했고, 행동 반경 역시 동시에 왼쪽 측면으로 집중되며 콤비네이션을 이루게 됐다.

▲ 에토의 결장, 벨라미의 활약으로 갈린 두 팀의 명암

문제를 일으킨 에토를 제외한 레이카르트와 벨라미와 리세를 나란히 선발 출격 시킨 베니테스. 바르셀로나는 데쿠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전반 중반 이후 리버풀의 거친 역공에 주도권을 내줬으며 동점골 실점 이후 리버풀의 강한 압박에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에토를 대신해 출전한 공격수 사비올라는 마무리에 무게감이 떨어졌고, 구드욘센 역시 역부족. 덩달아 호나우지뉴와 메시 마저 협력 수비에 가로막혔다. 'R.E.M(호나우지뉴-에토-메시)'으로 불리며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바르셀로나의 공격진은 에토의 이탈로 또한번 무딘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바르셀로나는 32강 조별 리그에서도 에토의 부상 이후 첼시와의 2연전에서 1무 1패를 거두며 고전 끝에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관중석에서 동료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 하나에 집중하며 독려하고 환호와 탄성을 지르며 팀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인 에토가 패배로 경기가 종료되자 힘없이 고개를 떨구는 장면은 레이카르트의 선택에 아쉬움을 남게 했다.

베니테스 감독은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벨라미와 리세를 나란히 좌측 공격수, 좌측 미드필더로 배치해 호흡을 맞추게 했고, 벨라미의 기민한 돌파와 전방 침투, 리세의 오버래핑은 바르셀로나 수비에 가장 큰 위협을 가져다 줬다. 푸욜의 전담 마크에도 강한 승부욕을 보이며 신경전에 말려들지 않는 성숙한 모습으로 경기에 집중한 벨라미는 결국 전반 종료 직전인 43분에 제라드의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하며 동점골을 만들었고, 후반전이 진행된 75분에는 문전 혼전 속에 이어받은 볼을 침착하게 노마크 찬스에 있는 리세에게 양보, 리세의 역전골을 어시스트하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두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포옹을 나누며 또 한번 화해의 제스추어를 보였다. 뿐만 나이라 벨라미는 자신의 동점골에 대한 골 뒷풀이로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을 연출하며 스스로를 풍자하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모든 파문은 골로서 정리될 수 있었다.

베니테스 감독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크레이그 벨라미와 욘 아르네 리세, 그리고 팀에게 만족하고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두 선수에 대한 특별 언급은 이들의 팀에 대한 충성심을 더 높여주었을 것이다.

▲ 베니테스, 레이카르트와의 대결에서 또 승리

벨라미 역시 에토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으로 팀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소문에 휘말렸지만 자신의 실력과 진가를 증명하며 이를 일축시켰다. 역전골이 사태의 주인공이었던 벨라미의 도움, 리세의 득점으로 이어진 것은 리버풀의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었음을 보였다. 베니테스 감독의 선택이 완전히 적중한 것이다. 베니테스 감독은 쉽지 않았던 캄프 누 원정에서의 승리 뿐 아니라 팀내 갈등의 완전 종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레이카르트 감독은 홈에서의 치명적인 패배와 더불어 에토의 돌려 놓는 것에도 실패했다.

이미 2003/2004 시즌에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에서도 두 감독은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당시 베니테스 감독이 이끌었던 발렌시아는 바르셀로사 원정에서 1-0으로 승리했다. 물론 후반기에는 홈에서 0-1로 패했지만 결국 리그 우승을 발렌시아의 몫이 됐다. 바르셀로나는 발렌시아에 승점 5점이 뒤진 채 준우승에 만족해야했다.

두 감독 모두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한 최고의 명장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팀의 내분이라는 자중지란 속에 맞은 중대한 일전에서 이들이 보인 자세는 결국 원정에서의 승리, 홈에서의 패배라는 결과로 극명히 엇갈렸다. 베니테스 감독이 안 필드에서 맞이할 2차전 경기에서도 승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 레이카르트 감독이 원정 경기에서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두 명가, 리버풀과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 경기는 오는 3월 7일, 리버풀 안 필드 로드에서 펼쳐진다.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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