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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bmaster 2007-02-23 08:57:48
제        목   [손기자의 삼바축구기행] ⑥ 여자와 아이가 함께 즐기는 축구장 풍경

우리 일행의 브라질 체류 마지막 일정은 상파울루에서 코린티안스와 상카에타노의 경기를 관전하는 것이었다. 이전까지 우리는 두 차례의 경기를 관전할 수 있었는데 모두 빠라나 주 1부리그(빠라낸새 리그) 경기였다. 물론 두 경기 모두 브라질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재미있는 경기였지만 코린티안스처럼 브라질 전국리그의 선두권에 있는 팀은 아니었다.

게다가 코린티안스와 상카에타노의 경기는 브라질에서도 가장 열기가 뜨겁다는 상파울루 주 1부리그 (파울리스타 리그) 경기였기 때문에 브라질 축구의 뜨거운 열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밤 10시 상파울루 시내에 위치한 파캠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홈팀 코린티안스는 세 명이나 퇴장을 당한 끝에 0-1패배를 기록했다. 원정팀의 승리를 이끈 선수는 지난 시즌 K리그 부산에서 뛰었던 소말리아였고 그는 이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려 파울리스타 리그의 강팀인 코린티안스를 격침했다. 소말리아의 소속팀 상카에타노는 이 경기 승리로 4승 1패를 기록해 파울리스타 리그 2위로 뛰어오를 수 있었다. 반면 코린티안스는 7위(3승 2패)로 내려앉아야 했다.

경기는 전반 25분 코린티안스 미드필더가 억울하게 퇴장을 당하면서 다소 거칠어졌으나 선수들은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코린티안스의 에이스로 평가받는 호제르는 번뜩이는 패스와 환상적인 드리블 실력을 뽐내면서 공을 잡을 때마다 관중들을 술렁이게 하는 능력을 가진 선수였다. 호제르 뿐만 아니라 경기장에서 뛰는 22명의 선수 모두가 빠르고 지능적인 패스를 시도했으며 브라질 리그답게 드리블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화려한 몸놀림만큼 기자의 눈을 잡아끄는 것은 세 가지나 더 있었다.

첫째는 경기장 곳곳에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었다. 경기가 시작된 시간이 밤 10시 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는 많은 어린 아이들이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고 나이 든 어른들과 똑같이 환호하고 응원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좋은 어린이'라는 말은 한국에서만 통하는 말인가.

사실 브라질 축구장에서 어린이들을 본 것은 이 경기에서만이 아니다.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관전했던 쿠리찌바의 경기에서도 많은 어린이를 볼 수 있었고 두 번째 경기였던 ADP 갈로 마링가의 경기에도 어린 관중들은 많았다. 이제 막 걸음을 뗐지만 여전히 경기장을 기어다니는 어린이도 볼 수 있었고 엄마의 환호성에 깜짝 놀라는 아이도 있었다. K리그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들이다.

축구에서 어린이 관중의 효과는 뛰어나다. 일단 어린이 관중이 경기장을 온다는 것은 가족 단위의 관중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 시즌 대전 시티즌은 이런 점을 활용해 유치원생들을 통한 마케팅으로 많은 관중을 끌어들인 바 있다. 게다가 어린이 관중의 유치는 클럽의 미래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한번 경기장에 와본 어린이는 클럽의 고정 팬으로서 꾸준히 경기장을 찾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장에 있는 많은 수의 어린이들을 보면서 브라질 축구가 왜 강해질 수밖에 없는지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경기에 환호하고 패배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자란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열정에 익숙해진 어린이들은 축구장에서 이런 열정을 뿜어내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결국 한 구단에 대한 열정이 대물림될수록 그 열정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한 축구팀에 대한 열정이 가보(家寶)로 보전되는 것이다.

둘째로 기자의 눈을 끈 것은 웬만한 남성들보다 더욱 축구에 열광하는 여성들이었다. 보통 다소곳이 앉아서 축구를 관전하는 한국의 여성들과는 달리 (물론 K리그의 열정적인 서포터들도 있지만) 브라질의 여성들은 선수들이 실수를 할 때마다 일어서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내질렀으며 심판의 판정 하나하나에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그들의 행동은 축구를 좋아하는 브라질의 남성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이런 브라질 여성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브라질 축구가 삶 속에 깊이 뿌리를 내렸을 것이라고 느껴졌다. 보통의 경우에는 남성이 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여성은 스포츠에 다소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남성은 여성이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십상이고 결국 스포츠는 여성과 더욱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요가나 에어로빅과 같이 여성이 더욱 적극적인 스포츠도 있지만 이런 운동은 특수한 목적을 갖고 임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브라질 여성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남자들과 축구를 공유하기 충분했고 결국 축구를 브라질의 국가 스포츠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반면 한국 여성들이 술자리에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는 '남자들의 축구 이야기'라는 말이 떠올라 한국과 브라질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뛰어난 경기력의 선수들을 제치고 기자의 눈과 마음을 빼앗은 세 번째는 관중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이었다. 브라질 축구에 관심을 가진 이후부터 브라질 축구의 열기가 어느 나라보다 뜨겁다는 것은 텔레비전을 통해 익히 보고 들어왔다. 그러나 실제로 경기장에서 가감 없는 브라질 관중들의 축구 열기를 접하니 관중 한 사람 한 사람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느끼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기자가 브라질에서 본 두 경기의 관중석은 가득 차지 않았다. 그래서 코린티안스 경기장에서는 모든 관중석이 가득 차 텔레비전에서 본 것과 같은 만원 관중의 열기를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코린티안스의 경기에서도 관중석은 가득 차지 않았다. 본부석 맞은 편의 관중석은 군데군데 빈 곳이 많았고 원정팀 골대 뒤편의 관중석은 아예 폐쇄해놨을 정도였다.

그러나 경기장에 모인 모든 관중들이 진정으로 자신들의 홈 팀이 이기기를 바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실점을 하면 관중들 모두가 한 사람처럼 고개를 떨어뜨렸고 득점에 성공하면 모두가 일어나서 얼싸안고 기뻐했다. 또한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는 서포터들은 타악기에서 흘러나오는 특유의 삼바리듬에 맞춰 경기 내내 응원을 멈추지 않았고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은 이러한 관중들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최선을 다해 경기를 마쳤다. 관중과 선수단이 마치 한 가족처럼 느껴졌다.

어린이, 여성 그리고 열정으로 가득 찬 브라질의 축구 경기장. 가난한 경제로 인해 관중석이 꽉 차지는 않았지만 브라질 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있어 브라질 축구의 미래가 밝게 느껴졌다. 축구에 대한 브라질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이 영원히 변치않기를 기원한다.

※ '필라라 뿌테!', 가족이 될 수 없는 단 한 사람..구단주

관중들은 감독의 선수교체와 선수들의 기량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감독과 선수는 이러한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선수들이 열심히 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 성적이 좋지 않다면?

기자가 브라질에서 본 세 경기 중에 두 경기는 홈 팀이 패했다. 홈 팀이 질 때마다 경기장에 모인 대부분의 관중은 '필라라 뿌테!'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필라라 뿌테'는 구단주에게 보내는 말로 '물러나라'라는 의미의 격한 표현이라는 것이 현지 에이전트의 설명이었다. 또한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은 '우리는 좋은 팀을 원해!'라며 입을 모아 구단주에 시위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보통 VIP 박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구단주는 이러한 시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떠야 했다. 그러나 특이한 점은 감독이나 선수에게는 어떤 비난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중들의 난동을 대비해 관중석과 운동장 사이에 깊은 도랑이 있거나 높은 철망이 처져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독단적인 플레이를 일삼다 퇴장당한 선수에게도 비난은 쏟아지지 않았다. 관중들은 그에게 레드 카드를 꺼낸 심판에게 거친 욕설을 내뱉을 뿐이었다.

손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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