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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bmaster 2007-02-22 21:24:27
제        목   [손기자의 삼바축구기행] ⑤ 브라질 프로축구에 도전장 내민 한국 청년

브라질에는 세계 최고의 기술 축구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오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한국에서도 많은 유소년이 브라질 연수를 다녀오는데 이들은 주로 1~3년 단기 연수를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단기 연수를 마치고 실력을 인정받아 브라질에서 프로 축구 선수로 활동하는 한국 선수가 있다. 현재 히오 브랑코에서 뛰고 있는 21살의 이상민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 일행은 이상민의 경기도 관전하고 경남의 외국인 선수 영입과정도 지켜보기 위해 마링가 시(市)를 방문했다. 우리 일행이 마링가 시를 방문한 날 현지에서는 ADP 갈로 마링가(이하 마링가)와 히오 브랑코(이하 히오)의 빠라나 주 1부리그(빠라낸세 리그) 경기가 있었다.



마링가 팀은 기존 마링가 시에 있던 ADP팀과 갈로 마링가 팀이 합병한 팀으로 현재 브라질 빠라나 주 1부리그에 소속된 팀이다. 브라질 전국리그에서는 3부리그에 소속된 팀이기도 하다. 경남은 마링가를 방문해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를 알아보고 부산에서 영입한 뽀뽀의 계약을 확정짓기 위해 마링가의 초청을 받은 상태였다. 마링가는 지난 시즌 부산에서 활약하다 올 시즌부터 경남에서 뛰게 된 뽀뽀의 원소속팀이다.

반면 상대팀인 히오는 마링가와 비슷한 수준을 가진 팀으로 역시 빠라나 주 1부, 전국리그 3부에 소속된 팀이다. 이날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마링가와 히오는 1승 2무로 동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히오는 한국인 미드필더인 이상민이 자랑스럽게 주전으로 뛰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이 경기에서 마링가는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힘입어 전반 10분경 장거리 슛으로 앞서 나갔다. 게다가 전반 37분에는 원정팀 히오의 주전 미드필더가 퇴장을 당해 상황은 마링가에 유리하게 넘어갔고 결국 마링가는 후반 15분경 프리킥을 헤딩골로 연결하며 2-0으로 앞서나갔다. 이상민이 뛰는 히오를 응원하던 우리 일행으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5분 뒤 깜짝 놀랄 사건이 터졌다. 이날 수비형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수로 좋은 활약을 보였던 이상민이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제치더니 재치있게 만회골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상민의 소속팀인 히오가 수적인 열세 속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던 분위기였기에 이상민의 만회골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이상민의 득점으로 인해 마링가 홈 구장은 일순간 침묵이 흐르기도.

이후 이상민은 더욱 힘을 얻어 많이 뛰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의 소속팀 히오는 결국 동점골을 만들어 내지 못하며 경기가 종료됐다. 비록 히오가 지기는 했으나 한 명이 퇴장당한 상황이었고 비까지 내려 체력적으로 더욱 힘들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2-1 패배는 무난한 수준이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언제나 그렇듯 브라질의 발 빠른 언론들은 생생한 인터뷰를 위해 경기장으로 뛰어들어갔다. 홈팀의 승리를 이끈 수훈선수에게 많은 취재진이 몰린 것은 당연했고 눈에 띄는 부분은 만회골을 터트린 한국인 이상민에게도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는 것이다. 이날 이상민은 가장 늦게까지 경기장에 남아 현지 취재진 및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해야 했다.

밝은 모습으로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에 임한 이상민은 한국어 인터뷰가 낯선지 신기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는 인터뷰를 할 기회가 없었으니 한국어 인터뷰가 낯설 수밖에 없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브라질로 건너온 소년은 3년 전부터 브라질 프로팀에서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언어 문제가 가장 힘들었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까 서서히 언어 문제가 해결됐고 실력도 늘어서 경기하기가 쉬워졌습니다. 지금은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하고 드리블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 이상민

자신의 향상된 경기력을 이야기하면서 자신감을 표현한 이상민은 이날 자신이 터트린 골로 더욱 고무된 듯했다. 이날 이상민이 터트린 골은 지난 시즌에 이어 자신이 프로 두 번째 골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는 이렇게 기분 좋은 날이면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현지 소식을 전한다.

"한국에는 2년에 한 번씩 들어갑니다. 한국에 들어가서 현지에서 찍은 경기 영상을 부모님께 보여드리면 부모님께서 만족해하세요"

어린 나이와 타향살이로 인한 향수, 외국인 선수에 대한 차별 등을 겪으면서도 당당하게 브라질 프로 축구에 입성한 이상민. 그가 머나먼 나라에서 홀로 분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브라질 축구가 기술적이라 아직 배울 점이 많습니다. 일단 목표는 여기 빠라나 주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저절로 브라질 2부리그나 1부리그에서 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유럽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고 한국 국가대표도 해보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그의 당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은 브라질 전국리그 3부리그에 속해있을 뿐이지만 이 당당함이 꺾이지 않고 한국 최초의 브라질 1부리거이자 브라질 출신 한국 국가대표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 '아르헨티나는 없다', 한일전 이상의 적대감

이상민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기자는 ADP 갈로 마링가 아지우송 구단주의 먼 친척인 조타 린하레스 씨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주로 브라질의 축구 중계, 브라질 선수들의 경기력 그리고 관중의 열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가 우연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바로 아르헨티나 축구에 대한 브라질 사람들의 '적대감'이었다.

우리나라가 이웃 나라인 일본과의 축구 경기에서 지면 안되듯이 브라질도 아르헨티나에만은 지면 안된다고 한다. 과거 유로 2004 당시 프랑스에만은 절대로 지고 싶지 않아하던 잉글랜드의 광적인 열기를 경험한 기자는 언뜻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그와 비슷한 정도의 라이벌 의식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야기를 들은 김에 아르헨티나 축구에 대한 브라질 축구 팬들의 반응도 알아볼 겸 '이웃나라인데 왜 아르헨티나 축구를 싫어합니까'라고 슬쩍 떠봤다. 실제로 같은 남아메리카에 위치해 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많은 부분은 아니지만 국경이 접해있다. 게다가 아르헨티나와 국경을 이루고 있는 지역은 갈로 마링가가 위치한 빠라나 주(州)이다. 따라서 빠라나 주에 있는 이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은 아르헨티나와 가장 가까이 사는 브라질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린하레스 씨는 "물론 우리는 아르헨티나와 이웃사촌입니다. 이과수 폭포(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국경에 위치한 아름다운 폭포)에 가면 아르헨티나 땅을 밟아볼 수도 있죠. 겨우 1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축구에서만큼은 아르헨티나와 친구가 아닙니다"라며 아르헨티나 축구에 가진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뒤이어 그가 한 말은 기자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질 만큼 인상적이었다.

"브라질의 축구 팬들은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하나는 브라질 축구를 좋아하는 팬이고, 다른 하나는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세계 모든 팀들의 축구를 좋아하는 팬입니다"

'브라질 축구를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아르헨티나 축구를 좋아할 수는 없다'는 뜻의 강력한 표현이었다. 이어 그는 또 다른 질문을 준비중인 기자의 표정을 살피더니 "아르헨티나 축구에 관한 더 이상의 질문은 그만"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라이벌 의식은 아르헨티나의 인종차별적인 발상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은 아르헨티나는 국민의 95% 이상이 백인으로 구성돼있어 남아메리카의 다른 국가들보다 백인의 비율이 높다. 이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콧대를 높게 만들었고 결국 아르헨티나와 인근 국가들의 사이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남아메리카의 축구 강국이 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사이에서 더 극화됐는데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브라질의 흑인들을 '마카퀴뉴스'라고 불렀다. 이 말은 브라질의 혼혈 선수나 흑인 선수가 원숭이에서 기원한다는 뜻인데 스페인에서는 인종차별을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 이 말에 자극받은 브라질 사람들과 축구 선수들은 아르헨티나에게는 절대 질 수 없다는 감정이 생겼고 결국 이 두 팀 간의 라이벌 의식은 점점 치열해져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현재에는 이러한 과거의 악감정들이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라이벌 관계를 거치면서 양 팀의 선수들이 기량이 좋아지고 세계 각지로 수출되면서 선수들끼리 동업자 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들과는 달리 브라질 국민들은 여전히 아르헨티나 축구에 대한 반감이 남아 있어 양국 간의 축구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next [손기자의 삼바축구기행⑥] 여자, 아이 그리고 열정으로 가득 찬 브라질의 축구장

손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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