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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cernews 2008-05-22 18:02:53
제        목   퍼거슨의 선택, '배려'보다 중요했던 '유럽제패'

[스포탈코리아] 이은혜 기자=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는 말이 이 보다 더 뼈저리게 다가왔던 날이 있을까.

축구사에 길이 남을 역사가 쓰여지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지만 동시에 한국팬들은 그 순간에 박지성의 두 발이 함께일 수 없었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승부의 세계는 이리도 냉혹하다. 승리를 위한 명장의 욕망은 박지성에게 '배려'를 허락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첼시가 맨유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제패의 꿈은 너무나도 간절한 것이었다.



사실 교체출전이라는 말을 언급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기에 허탈함은 더 하다. 박지성이 대기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은 충격에 가까웠다. 경기가 연장전 막판을 향할 수록 그의 존재가 더욱 아쉬웠다. 이번 명단제외는 영국 현지 언론들은 물론 박지성 자신조차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었기에 한국에서는 맨유의 더블 달성보다 박지성의 명단 제외가 더 화제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끝에 가까스로 유럽 정상에 등극한 맨유의 '더블(프리미어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한 여정은 사실 쉬운 것이 아니었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가 치러지는 그 순간까지 첼시와의 승점은 동률이었으며 우승을 차지하던 그 순간에도 석연치 않은 판정시비가 있었다. 물론 승자는 승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은 맨유였고, 그것은 첼시에게 가장 가혹한 '동기부여'가 됐다. 첼시에게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그야말로 지상과제였다.

결국 결승전을 앞두고 퍼거슨 감독에게는 챔스우승을 노리는 첼시의 강한 '동기부여'가 가장 큰 적이 됐다.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필두로 첼시 선수단에게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제패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목표였다. 무리뉴마저 떠나보내지 않았는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두 팀. 맨유는 첼시를, 첼시는 맨유를 훤히 들여다 보고 있는 상황. 퍼거슨에게는 무언가 '결단'이 필요했다.

박지성을 내보냈다면 첼시는 어떤 의미에서 안심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그것은 '박지성의 기량'을 두고 이어지는 논란으로 매듭지어질 문제는 아니다.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하고 싶었던 첼시의 강한 욕망보다 또 한 번의 유럽제패를 향한 욕망이 더 강했던 퍼거슨의 '결단'이었을 뿐.

실제로 결승전에서 '슈퍼 세이브'를 선보이며 첼시를 우승 직전까지 이끌었던 골키퍼 페트르 체흐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맨유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다. 우리는 리그, 컵대회 등 수 많은 시간 동안 맨유와 경기를 치러왔다. 예상할 수 없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호날두 뿐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리고 체흐는 예상대로 호날두에게만 첫 번째 선제골을 허용했을 뿐 페널티킥까지 막아내며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교체로 나선 긱스를 포함해서 스콜스, 에브라, 나니, 안데르송, 하그리브스, 브라운, 비디치, 퍼디난드, 캐릭, 루니 그리고 호날두와 판 데르 사르까지. 이번 시즌 자신의 '가장 위대한 맨유'로 명명받은 팀에 이름을 아로 새긴 모든 선수들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박지성은 없었다.

다른 예이기는 하지만 UEFA컵 우승을 차지한 제니트의 김동진은 "단 1분이지만 경기를 뛸 수 있게 해주신 감독님의 배려에 감사 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차범근에 이어 한국인 선수로는 두 번째로 유럽무대 결승전을 밟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이번 시즌 김동진이 보여준 활약에 대한 아드보카트 감독의 배려였다. 맨유에게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

퍼거슨 감독은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끝난 직후 영국 언론들이 지난 1999년 '트레블'을 달성했던 당시의 맨유보다 지금의 맨유가 더 강하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호하게 "그렇다(Yes)"고 답했다. 명장의 가슴은 냉혹하다. 1999년을 기억하는 맨유의 팬들이라면 '2008년의 맨유'가 더 위대하다는 감독의 말은 상처가 될 지도 모르겠다.

승리를 위해서 냉혹한 결단을 내리는 것이 감독의 몫이라면 퍼거슨은 제 몫을 해냈다. 이 노장 감독에게 '꿈의 무대'에서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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