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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cernews 2008-05-22 18:02:36
제        목   [스포탈의 눈] 퍼거슨 변칙 전략에 희생된 '박지성 결장'

[스포탈코리아=모스크바(러시아)] 김동환/서호정 기자= 부상을 입었다던 첼시의 풀백 애슐리 콜은 정작 선발 출전한 반면 모두가 의심치 않았던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엔트리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목요일 새벽, 박지성의 자랑스러운 결승전 출전을 뜬 눈으로 기다렸던 대한민국의 수 많은 축구팬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최소 교체 출전, 선발 출전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예측은 한국 언론과 팬들 만의 희망사항은 아니었다. 유럽 현지에서도 박지성의 팀 내 활약을 인정했고, 어떤 방식으로든 출전할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정작 경기 1시간 전 발표된 선발 라인업은 물론, 7명의 대기 멤버에서도 박지성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결장까지 갈 부상의 징후는 없었다
유럽 현지 취재진들마저도 놀란 표정으로 받아들인 '박지성 결장 미스터리'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압축됐다. 가장 쉽게 의심된 것은 박지성의 부상 여부였다. 챔피언스리그 8강과 4강 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좋은 활약을 펼친 가장 믿을 수 있는 공격 자원을 제외시켰다는 것은 큰 부상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었다.

하지만 박지성의 부상 징후는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스포탈코리아>가 단독 목격한 박지성의 경기장 도착 장면에서는 큰 불편한 모습은 없었다. 팀 동료들과 귀빈석에서 경기를 보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에서도 박지성의 몸이 불편해 보인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허허실실 노린 퍼거슨의 선택은 '윙어' 하그리브스
그렇다면 두 번째 이유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전략적 선택에 의한 제외일 가능성이 크다. 이날 퍼거슨 감독은 그 동안 중앙 미드필더와 오른쪽 풀백으로만 기용하던 오언 하그리브스를 오른쪽 윙으로 전격 기용하며 첼시의 허를 찔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왼쪽 윙으로 위치를 변경했다.

이 전술적 기용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다. 하나는 하그리브스와 풀백 웨스 브라운으로 하여금 플로랑 말루다-애슐리 콜로 이어지는 첼시의 왼쪽 측면 공격 라인을 봉쇄하고자 하는 것. 다음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최근 첼시의 비장의 카드로 등장한 ‘오른쪽 풀백’ 마이클 에시엔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고자 했다.

실제로 맨유의 관계자는 <스포탈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퍼거슨 감독이 경기 시작 전 외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그리브스의 최근 컨디션을 높이 평가해 박지성을 뺄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답해줄 수 있는 공식적 답변이다"라고 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관련해 가장 신빙성 높은 보도를 하는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경기 직전 보도에서 “뛰어난 선수들에게 결장을 통보해야 하는 퍼거슨 감독의 마음이 아프다”며 박지성의 제외를 암시하는 내용을 전했다.

전반만 놓고 보면 퍼거슨 감독의 변칙 전략은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호날두는 특유의 운동 능력으로 에시엔을 압박하며 공격 가담을 최소화시켰다. 풀백이지만 정작 수비에서 약점을 보이는 에시엔은 호날두와의 맞대결에서 잇달아 실패했고, 특히 제공권 싸움에서 철저히 밀렸다. 결국 호날두는 에시엔이 마크를 붙은 상황에서 브라운의 크로스를 헤딩 선제 골로 연결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박지성이 그리웠던 후반전 그 이후
그러나 맨유의 우세는 전반 막판 프랭크 램퍼드가 터트린 행운의 동점골로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퍼거슨의 선택은 후반 이후 맨유를 옭아맸다. 변칙이 아닌 뚝심을 택한 아브람 그랜트의 첼시는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맨유를 몰아 부쳤다. 상대의 강한 공격적 압박과 탄탄한 수비 조직에 맨유는 공격 활로를 찾지 못하고 몰렸다. 첼시는 후반과 연장 전반, 디디에 드로그바와 램파드가 한 차례씩 골대를 맞추는 장면을 만들었다. 맨유도 연장 전반 막판 파트리스 에브라가 만든 완벽한 찬스에 이은 긱스의 슛이 테리의 헤딩 선방에 막히는 불운을 겪었지만 결승골로 갈 수 있는 기회는 첼시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후반 이후, 호날두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맨유의 선수들을 보며 가장 그리웠던 것은 공간을 찾아 다니며 상대 수비를 뒷걸음치게 만드는 박지성의 플레이였다. 퍼거슨 감독은 단판 승부에서 발생할 의외의 변수를 걱정, 존 오셰이와 대런 플레쳐 등의 멀티 플레이어를 대기 멤버로 심어뒀지만 그들이 경기에 나설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작 필요했던 것은 열세의 상황을 반전시킬 공격 카드였지만 교체 투입된 라이언 긱스, 루이스 나니는 예상대로 힘이 부족했다.

결국 맨유는 운 좋게 승부차기까지 갔고, 호날두의 실축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첼시의 존 테리와 니콜라 아넬카가 승부차기를 실축하는 또 한번의 운으로 9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설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경기 중 퍼거슨이 내린 선택의 실패와 성공을 따지는 것은 맨유의 우승으로 무의미해졌다. 박지성도 우승 확정 직후 그라운드로 내려와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며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그래도 새벽을 기다린 한국 팬들이 보고 싶었던 것은 단복을 입은 박지성이 아닌 유니폼을 입고 루즈니키 스타디움을 달리는 박지성이었다. 부정할 수 없는 욕심이었고, 박지성의 결장은 한국 축구 역사의 큰 선물이 사라진 것과 같았다. 결승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리그 우승 후 이번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올 시즌 해오던 대로 경기를 준비하겠다”던 퍼거슨 감독의 다짐이 있었기에 박지성의 충격적인 결장은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사진=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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