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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cernews 2015-08-08 17:37:04
제        목   [현지르포] ‘시민구단의 완성’ 반포레 고후가 들려주는 이야기



[스포탈코리아=고후(일본)] 최근 동아시아의 관심은 2015 동아시안컵으로 집중되고 있다. 동아시안컵은 국내파로 구성된 플랜B와 월드컵 예선의 초석을 다질 수 있고 나아가 중국·일본등과 겨룰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대회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아시안컵이란 제한적인 범위를 벗겨내면, 최근 동아시아 축구 흐름은 중국의 막대한 ‘머니 러쉬’로 숱한 화제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혹여나 셀링클럽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자본 논리에 따라 중국의 ‘머니 러쉬’ 파장은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해서 가만히 있어야 할까. 막대한 자본의 흐름에도 살아남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언젠가부터 강조되는 ‘자생적’ 혹은 ‘지역 밀착’이란 단어가 문득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유럽 리그들도 꾸준한 지역/연고지 밀착 형태로 관중들을 모으고 여기에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가며 살아가고 있지 않던가.

굳이 먼 유럽이 아니더라도 떠오르는 곳이 있었다. 그것은 동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전체에서 ‘시민 구단의 완성형’ 혹은 ‘지역 밀착의 성공적 사례’로 꼽히는 야마나시현의 대표적 구단 반포레 고후였다. 무엇이 반포레 고후를 시민 구단의 완성형이라고 불리게 했을까. 여기서 부터 시작된 궁금증은 반포레 고후를 직접 보러가게하는 원동력으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는 결심에 불을 지폈고, 반포레 고후 홈 경기가 라이벌 마쓰모토 야마가와 치러진다는 점은 일본으로 몸을 싣게 했다.

# 반포레 고후를 찾아서



야마나시현 고후시에 위치한 반포레 고후를 찾아가기까지는 여간 힘든 일정이 아니었다. 특유의 덥고 습한 기후와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기차로 이동하는 방법이 체력적 부담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반포레 고후 뿐 아니라 일본이 생각하는 ‘스포츠’라는 주제를 조금 더 느끼고 싶었던 욕심 아닌 욕심이 빚어낸 결과였다.

타지에서 이동은 변수 투성이다. 고후시로 가기 위해선 신주쿠에서 2시간가량 신칸센 급행열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기차 시간이란 변수로 예상보다 늦은 2시에 도쿄에 도착했다. 경기 시작 시간은 6신데 2시에 도쿄에 도착했으니 마음은 조급해졌다.

오후 4시 45분쯤 어렵사리 고후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도착했다는 안도감 보다 홈 구장 고세 종합 운동장(야마나시 중앙은행 스타디움)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한 불안함이 먼저 다가왔다. 부족한 시간 탓에 사전에 미리 알아 본 셔틀 버스는 탈 겨를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을 바꿔 차 15분, 택시 20분에 도달 할 수 있다는 정보를 믿고 무작정 택시를 타기로 했다. 높은 요금을 자랑하는 일본 택시였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결과적으로 택시를 탄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택시를 타자마자 역시 ‘지역 밀착 구단 반포레 고후’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세 종합 운동장을 이야기 하자마자 택시 기사는 택시상단에 놓인 부채와 상대팀 ‘마스모토 야마가’를 언급하며 반포레 고후가 어떤 팀인지 신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J2리그(2부리그)에서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걸 보면 팀에 대해 많은 애착을 가진 것 같았다. 또 맞붙게 되는 상대팀 마스모토 야마가는 라이벌 팀이라 꼭 이겨야 한다는 말도 연신 덧붙였다. 아무 택시나 탔음에도 지역 클럽 하나로 이야기가 된다는 점은 내심 부러움까지 사게했다.

경기장 진입로에 들어서자 수많은 차량과 가족 단위 팬들이 경기장으로 향하는 풍경을 연출했고, 곳곳엔 열띤 응원소리도 들렸다. 조금 부풀려 말하면 언젠가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관전했을 때 풍경과 딱히 다른점이 없다고 말해도 될 정도였다. 물론, 앞에는 3만원 쯤 되는 살인적인 택시 요금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것은 문제 되지 않았다. 열띤 응원소리와 팬들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 경기장 밖에서 느낀 반포레 고후의 지역 밀착



반포레 고후의 홈 구장 고세 종합 운동장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낌은 축구를 위한 경기장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반포레 고후가 고세 종합 운동장을 축구 경기장처럼 꾸며놨다고 보는 편이 더 적합했다.

의아함을 뒤로 한채 들어선 입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반포레 고후를 상징하는 파란색 배경의 입간판이었다. 파란색 입간판에 속 내용은 반포레 고후를 후원하는 기업(스폰서) 목록이었다.

사실 축구 클럽을 후원하는 기업 목록이 뭐가 그리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다. 이번 시즌 EPL(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 소속 구단 첼시의 후원 기업이 삼성에서 요코하마 타이어로 바뀌었다는 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후원 업체가 아디다스로 바뀌었다는 점등은 한편으론 그리 큰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포레 고후가 대문에서부터 자랑스럽게(?) 내건 스폰서 목록은 그것들과는 조금 달랐다.

크게 다섯칸으로 구분된 방대한 양의 스폰서 목록은 메인 스폰서인 ‘하쿠바쿠’(*하쿠바쿠는 야마나시현을 근거지로 하는 대표 곡물회사)가 유니폼 스폰서를 맡았다는 것을 시작으로 연습복 스폰서, 지역 교류웨어 스폰서, 티켓팅 스폰서, 벤치 배너 스폰서까지 나열 돼 있었다. 여기서 다른 구단들과 특이점이 보이는데, 그것은 모래사장· 들것· 폴대 등을 후원하는 기업 목록이었다. 이것은 2001년 해체 위기에 놓인 반포레 고후가 경기장 운영에 드는 고정 비용을 어떻게든 줄여보고자 하는 데서 시작된 발상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자랑하는 셈이었다. 고작 7개 밖에 없었던 후원 업체들이 현재 대략 450개까지 늘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그럴 만도 한 부분이다. 또 대부분 야마나시현에 위치한 기업들이라는 점은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까지도 흥미를 가지게 했다.(실제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입간판 앞에서 기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다)

입간판을 지나 펼쳐진 환경도 흥밋거리 투성이었다. 축구 경기장을 비롯해 여타 스포츠 경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티켓부스가 '임시 천막 형태'였기 때문이다. 천막 티켓 부스 안 스탭들 구성은 더 흥미로웠다. 중·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학생부터 아주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경기를 위해 배치돼 있었는데, 반포레 고후에서 고용한 스탭이 아닌 ‘자원 봉사자’쯤으로 봐도 무방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지역 밀착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어떤 파급효과를 안겨주는지를 입간판부터 티켓팅까지만 거쳐도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다.



반포레 고후는 게이트에서도 신선함을 줬다. 신선함의 근원은 반포레 고후 측에서 주는 홍보물이었다. 보통 축구장에서 주는 홍보물은 구단 관련 매거진과 같은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반포레 고후는 매거진과 함께 축구와 전혀 관련 없는 에어컨, 음식점, 반지 따위의 전단지들을 함께 건네 줬기 때문이다. 이것은 앞서 소개한 입간판에 명시된 스폰서보다 비중이 적은 다른 소규모 상점들을 위한 또 다른 광고 형태이자 배려인 셈이었다. 경기장 밖에서 바라본 ‘14년 연속 흑자 구단’ 반포레 고후의 지역 밀착 시스템과 홍보 전략은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다양하게 이뤄져 있음을 새삼 느끼게 했다.

# 반포레 고후의 명물, 경기장 광고 노출 전략



30분 전부터 울려 퍼진 서포터 응원을 품에 안고 들어선 경기장은 장관이었다. 반프레 고후의 명물 ‘A보드쇼’가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2001년 우미노 가즈유키 회장이 부임한 이래 종합 운동장의 쓸모없는 육상 트랙부분을 A보드로 하나씩 채워 나가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 되어 현재까지 이어진 것인데 가히 진풍경이었다. A보드로 채워진 육상 트랙은 멀게 느낄 수도 있는 관중석과 거리를 좁게 보이는 효과까지 덤으로 안겨줬다. 필요없는 부분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구단 이익 창출, 볼거리를 동시에 제공하겠다는 반포레 고후의 생각을 엿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A보드쇼’를 뒤로하고 또 다른 눈길을 끄는 것은 모래사장이었다. 고세 종합 운동장은 말그대로 종합 경기장이었던지라 육상트랙 뿐만 아니라 멀리뛰기용 모래사장도 존재했는데, 반포레 고후는 이 점도 놓치지 않았다. 광고로 활용 할 수 있는 모든 곳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모래사장을 천으로 된 광고지로 덮는 진풍경을 선사하기에 이르렀는데, 이것은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흑자를 내겠다”는 우미노 회장의 생각과 수단이 만들어 낸 결과물 쯤으로 풀이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모래사장과 같은 알짜배기 광고 노출 전략은 경기장 곳곳에서 나타났다. 각 게이트 터널마다 붙여진 터널광고, 경기장 양측에 세워진 전동차, 벤치 광고, 현수막 광고등이 대표적인 예다. 광고 형태는 등급별로 나눠져 있었다. 노출효과가 큰 A보드 광고는 메인 스폰서 단위의 회사들이 차지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벤치 광고나 터널 광고는 중소규모 업체들이 담당하고 있었다. * 소니 계열사 네트워크 회사 SO-NET부터 야마나시현 지역내의 펍 Shu’s bar까지 후원 기업의 폭은 굉장히 넓다.



관중석 의자도 흥미로웠다. 사실 반포레 고후는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해체 위기에 놓인 팀이었다. 당시 메인 스폰서도 없는데다 2000시즌 J2리그(2부리그) 26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심각한 부진을 거듭한 팀이란 걸 생각하면 수긍이 갈 만 하다. 그러나 월드컵이란 국제적인 행사를 앞두고 팀이 해체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긴급 자금이 투입되고 ‘고후 존속 3원칙’을 부여받아 근근이 생존을 이어나갔다. 3원칙 내용은 ▲서포터 최소 500명 확보 ▲평균 관중 최소 3,000명 확대 ▲광고료 수입 최소 4억 5000만원 유지가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반포레 고후의 당시 평균 관중이 619명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말이 존속 3원칙이지 가혹한 조건임에 틀림없었다. 게다가 3원칙을 지키지 않을시 팀은 공식적인 대회 일정을 끝으로 해체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명시돼있었다.

여기에 반포레 고후가 내건 대비책은 앞선 지역 밀착형 광고 유치와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 쓰는 ‘고정 비용 절감’이었다. 여기서 나온 대비책 중 하나가 관중석 의자였던 것이다. 반포레 고후가 쓰고 있는 고세 종합운동장은 축구 전용 구장으로 지어지지 않아 흔히 보던 '의자' 형태가 아닌 '일자형'인 것이 특징이다. 이에 반포레 고후는 일자형 의자에 흰 줄로 구분 지어 번호를 매기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위기를 극복하는데, 이것은 비용적인 면에서 새로 의자를 설치 할 수 없었던 환경에서 탄생한 ‘발상의 전환’이 낳은 결과물이었다.

반포레 고후의 광고 노출 전략을 한껏 감상하고 난 뒤 펼쳐진 경기는 전반 종료 직전(41분) 마쓰모토 야마가 이와누마의 득점이 터지기 전까지 다소 지루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언젠가 ‘경기가 지루하더라도 관중들의 열정적인 환호가 있다면 볼만한 경기로 바뀐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데 그 날 경기가 딱 그랬다. 더운 날씨에도 ‘Vamos Kofu’를 연신외치는 서포터석의 열띤 응원이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는 1-0으로 반포레 고후가 패했다.

경기 종료 후에도 반프레 고후가 주는 감동은 여전했다. 경기장 내 쓰레기들을 밖에 나와 버리는 팬들의 모습과 안전을 위해 끝까지 남은 경찰 그리고 마지막까지 자리한 안내 데스크 스탭들의 모습들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왜 반포레 고후가 성공적인 구단운영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지를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경기장을 빠져 나와 도쿄로 돌아가는 길도 좌충우돌이었다. 유일하게 운행되던 셔틀버스가 끊기는 바람에 택시를 타야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택시를 기다리는 줄까지 끝이 없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반포레 고후 측 서포터 분께서 친히 역까지 차로 데려다 주겠다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덕분에 팬 분과 조금의 대화를 나눌 수 기회가 생겼는데 경기에 져 아쉬워하는 모습에도 반포레 고후 서포터라며 자랑스러워하던 모습은 아직까지 생생히 머리 속을 맴돌고 있다.

어렵게 이뤄진 반포레 고후와 첫 만남은 도쿄로 돌아가는 길에도 많은 생각을 던져 줬다. 분명 반포레 고후는 차로 15~20분 이상 걸리고, 운행되는 셔틀버스도 많지 않아 ‘접근성’이라는 항목에 관해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왜 그들은 이토록 ‘반포레 고후’에 열광할까. 폭염에도 만원 관중을 이루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딱 잘라 정의할 순 없지만 해답이 있다면 ?어렸을 적 운동회 · 학교 교내 축구 대회를 한마음 한 뜻으로 응원한 것 같은 '내 고장 내 클럽'을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이는 무언가. 바로 ‘지역 밀착’이 아닐까. 지역 밀착이란 단어를 떼어 놓더라도 자본의 흐름에도 흔들리지 않는 저변이 마련되야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들의 운영이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니다. 엄연히 저마다 다른 환경과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뛰어난 운영을 들고 온다 한들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반포레 고후는 제시된 숱한 방법론 보다 가장 먼저 지역민들을 경기장에 데려오는 ‘전략’이 실행되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더불어 구단이 운영만 잘해도 틀에 박힌 몇 가지 쯤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이웃나라 반포레 고후의 성공은 어쩌면 우리 K리그가 안고 있는 몇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있어 실마리를 제공 할 수도 있진 않을까. 단순히 지나쳐 버리기엔 반포레 고후는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글, 사진=<내 인생의 킥오프> 박대성, 반포레 고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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