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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cernews 2015-04-30 23:28:57
제        목   [이종범의 워터밀풋볼] 히말라야의 용틀임 : 부탄 축구의 3막 3장



[스포탈코리아] "세계 최약체 팀이 월드컵 예선 첫 출전에서 상위 단계에 올라서다."

지난 3월 17일 부탄의 수도인 팀푸 창리미탕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겸 2019 아시안컵 1차예선 2차전에서 부탄이 스리랑카를 꺾은 이후 ‘BBC’를 비롯한 외신과 SNS를 통해 전파된 반응들이었다.

부탄은 그 동안 중국과의 티베트 문제로 인한 외교적 고립과 재정적인 이유로 야간 경기 및 원정 경기에 대한 부담감으로 월드컵 예선에 줄곧 불참했다. 그러나 FIFA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참가 신청을 한 뒤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스리랑카와의 대결에서 상위 라운드 진출 및 A매치 20연패에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아시아 및 세계 축구의 최약체로 비아냥 받던 부탄이었지만, 그들 나름대로 행복했던 시절들이 있었다.

1막 1장 : 감독님, 감독님 우리 감독님(2002년 6월 30일 몬세라트와의 또 다른 결승전)
2000년 아시안컵 예선에서 쿠웨이트에 0-20 패배로 당시 FIFA A매치 최다 실점을 기록하면서, 국가대표팀에 대한 부탄 왕실의 불신은 커지기 시작했다. TV 허용을 통한 외부 세계에 대한 개방을 진행하는 와중에 이러한 일이 발생했으니, 국가대표팀에 대한 해체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으나 AFC의 요청으로 해체 대신 대한축구협회와의 공모를 통해 월봉 3000 달러에 강병찬 전 상업은행 감독을 부탄 국가대표팀 및 청소년 대표팀 감독에 임명했다.

축구 용품 및 장비의 부재로 이웃 네팔 및 인도에서 공수하는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강병찬 감독은 부탄 선수들을 기본기부터 차근히 다지기 시작했고, 성과는 금세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열악한 상황에서 몸을 혹사한 탓이었을까? 강병찬 감독은 2001년 1월 급작스런 피로 등을 이유로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으나, 결과는 청천벽력 말기 암 판정을 받고 말았다. 이에 부탄축구협회는 감독 자리를 공석으로 둔 채, 강 감독의 쾌유를 기다렸지만 안타깝게도 2002년 5월 눈을 감았다.

이를 슬퍼할 틈도 없이 부탄의 축구를 세계에 보일 기회를 가지게 된다. 네덜란드의 월드컵 진출 실패 이후 네덜란드의 광고 대리인이었던 마티아스 데 용과 요한 크라머는 때마침 비슷한 시기에 부탄과 비슷한 FIFA 랭킹을 기록하고 있었던 몬세라트가 1995년 화산 폭발 이후 국제 규격 경기장을 잃고 유랑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을 이용해 부탄과의 친선전을 추진했고, 부탄축구협회는 이를 승인했다.

이 경기는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심판을 지원했고, 창리미탕 스타디움에는 팀푸 인구의 절반인 1만 5,000명이 입장해 경기를 지켜보게 된다. 부탄은 전반 초반부터 고산병과 시차 적응에 지친 몬세라트를 밀어 붙이기 시작했고, 4-0 승리를 거두었다. 두 팀은 월드컵 진품 트로피 대신 반으로 분리되는 트로피를 통해 축구의 아름다움과 배려를 상징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전달했으며, 감독 없이 경기를 치른 부탄은 강병찬 감독의 소식을 듣고 "감독의 혼이 우리를 돕는다는 심정으로 이 경기에 임했다"로 눈물의 경기를 마쳤다.

2막 2장 : 드디어 아시안컵 예선 상위 라운드 진출(2003년 4월 아시안컵 1차예선)
"또 다른 결승전"이었던 몬세라트전 이후, 부탄은 또 다른 이변을 준비하고 있었다.
2002년 9월 아시안컵 예선 조추첨에서 부탄은 몽골, 괌과 함께 한 조에 속해 1차예선에 참가하게 되었다. 객관적 전력에서 함께 속한 두 팀에 비해 AFC 공식 A매치 경험 및 FIFA 월드컵 예선전 경험이 부족했던 부탄이었으나 경기가 열리는 곳이 수도 팀푸의 창리미탕 스타디움이었기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강병찬 감독의 사망 이후 네덜란드의 아리에 스한스 감독 체제로 전환한 부탄은 그 멤버 그대로 참가하였고, 2003년 4월 23일 괌과 첫 경기에서 왕가이 도르지와 파상 셰링의 활약 속에 6-0으로 승리를 거두며 국제경기 2승과 최다 득점 승리를 기록했다. 사흘 뒤 몽골과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2차예선에 진출하는 것을 이용하며 0-0 무승부를 기록했고, 수도 팀푸는 또 다시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이며 상위 라운드 진출의 기쁨을 맛봤다.

비록 다음 라운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예멘과 한 조에 속하며 6전 전패 득점 없이 26실점을 기록했지만 이 대회는 부탄이 AFC 공식 대회에서 기록한 최고의 성적이었다.

3막 3장 : 남아시아 선수권에서 서광이 비추다(2008년 SAFF 선수권)
2006년 월드컵 예선에 불참하면서, 전력을 잠시 감춘 부탄이었지만, 강병찬 감독의 부재 이후 잠시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유기흥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의 지원 아래 2007년 다시 부탄 대표팀 감독으로 복귀했다. 열악한 상황 속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선수들 기본기부터 다지며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했다.

2006년 FIFA의 지원으로 축구전용구장까지 보유하게 됬고, 유기흥 감독의 훈련까지 더해지며 부탄 대표팀은 사기를 돋구고, 그 동안 승리가 없었던 남아시아 축구선수권 대회에서 설욕을 다짐하며 경기에 임했다.

스리랑카에서 열린 조별리그에서 방글라데시와 첫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두고, 홈 팀 스리랑카에 0-2로 패해 조별리그 통과가 사실상 힘들다고 봤으나, 마지막 경기인 아프가니스탄과의 경기에서 예세이 도르지와 예세이 겔셴의 연속골로 한 골을 만회한 아프가니스탄에 3-1 승리를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몰디브에서 열린 4강전에서 그들은 결승 진출로 스리랑카에 대한 설욕을 노렸지만 인도에게 선제골을 기록했음에도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결국 우승은 몰디브에게 돌아갔다.

이후 열린 최근 3번의 대회에서 9연패로 상위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하고 있는 부탄으로서는 이 대회가 유일한 4강 진출이었다.

스리랑카와의 월드컵 예선 승리 이후, 부탄은 역대 FIFA 랭킹 최고 순위인 163위로 하위 시드가 아닌 4시드로 2차예선에 직행했고, 티베트 문제로 외교 관계가 없는 중국, 김판곤 감독이 오랫동안 선수들을 육성하며 급성장한 홍콩,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자격으로 첫 번째 본선 진출을 노리는 카타르, 남아시아선수권에서 인도와 함께 전력을 양분하고 있는 몰디브와 함께 한 조에 속했다.

사실 1승 조차 버거운 조이다. 하지만 그들이 꿈 꾼 축구를 통한 행복이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마음을 갖춘다면 자그마한 이변이 언제라도 나오리라 믿는다.

글=이종범 객원기자
사진캡처=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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