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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cernews 2018-02-14 12:47:44
제        목   [인터뷰 ③] '35세' 유재훈, 인도네시아 부폰을 꿈꾼다



[스포탈코리아=방콕(태국)] 박대성 기자= 현재 세계 최고 베테랑 골키퍼는 잔루이지 부폰이다. 40세에도 변함없는 경기력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무대는 다르지만, 35세 유재훈의 목표는 넓고 깊다. 오래토록 골키퍼 장갑을 놓지 않는 것이다.

유재훈은 2009년 대전 시티즌과 작별했다. 대구FC 이적이 임박했지만 에이전트 문제로 최종 결렬됐다. 이적 시장 마감일까지 팀을 구하지 못했고, 고향 울산에 돌아와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회사에서 축구 생활을 이어갔고 마지막 남은 인도네시아 기회를 붙잡았다.

인도네시아 생활은 험난했다. 말 한마디 안 통하는 타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인도네시아어는 걸음마 단계였다. 아예 못 했다고 보는 쪽이 옳았다. 그러나 유재훈은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어느새 인도네시아 8년 차에 접어들었다.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 친 처음을 기억했다. 유재훈은 “인도네시아 말은 고사하고 선수 이름도 못 외웠다. 하지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한국어로 소리쳤다. 운 좋게도 동료들이 날 잘 따라줬다. 데뷔전을 5-0 완승으로 끝냈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어가 입에 붙자, 입지도 조금씩 굳어졌다. 페르시푸라 입장에선 최고의 골키퍼지만 상대엔 최악의 선수였다. 원정 경기에 가면 옥수수, 돌멩이, 심지어 위스키 병이 날아오는 경우가 빈번했다.

심판은 ‘외인’ 유재훈의 편이 아니었다. 위스키 병을 심판에게 말하자 “그냥 버리고 진행해라”라는 말만 돌아왔다. 그는 “처음 인도네시아 무대를 밟았을 때는 존중심이 없단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골키퍼라서 1골만 먹어도 박한 평가를 하더라”며 힘들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시간은 노력하는 자의 편이었다. 동료들은 유재훈의 열정과 노력에 감탄했고 존경심을 보였다. 유재훈은 외국인이 아닌 팀 수문장이었다. 페르시푸라 동료들은 “형”이라며 유재훈에게 다가왔다.




이젠 완벽한 소통이 가능하다. 팀에 브라질, 잉글랜드, 스페인 에이전트가 있지만 홀로 협상을 한다. 에이전트와 협상보다 혼자가 편해서다. 유재훈은 “인도네시아 사정과 요구 사항을 알고 있다. 혼자가 편하다. 큰 문제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유재훈이 다진 땅에 한국 선수들이 노크 했다. 박정환, 김용희, 안효연 등이 인도네시아 무대에 도전했다. 현재 포항 스틸러스 스태프로 있는 이상민은 유재훈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2018년. 생사고락을 함께한 페르시푸라를 떠나 미트라 코카에 합류했다. 많은 신뢰에 감사했지만 연봉이 걸림돌이었다. 페르시푸라와 유재훈은 7년 정을 뒤로하고 각자의 길을 떠났다. 유재훈도 “아주 아쉽지만 배려해준 페르시푸라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미트라 코카는 2년 동안 유재훈 영입을 추진했다. 외인 골키퍼에 인색한 인도네시아 특성을 생각하면 파격적이다. 유재훈은 “회장이 직접 내게 러브콜을 보냈다. 미트라 코카에 도착하니 팀과 서포터즈 모두 좋았다”라며 흡족했다.

■ 동남아에 축구 열풍이 분 까닭은?




최근 동남아시아 축구가 상승세다. 베트남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과 태국 팀의 챔피언스리그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태국 무앙통 유나이티드는 쟁쟁한 팀을 누르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유재훈은 “태국과 같은 동남아 지역에 체계적인 시스템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팀들이 전용 경기장과 클럽 하우스를 보유했고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국내 선수들이 연봉 5억~10억에 이적하는 일도 있다. AFF와 같은 동남아 유스 대회도 꾸준히 개최된다.

이어 “동남아엔 열광적인 서포터가 많다. 축구 열기는 자본을 창출한다. 구단들이 돈으로 좋은 외인을 사면 수준이 올라간다. 투자하는 팀이 성적을 거두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나라는 태국이다. 아직 수준이 미흡한 건 인정하지만 축구 열기가 없다면 큰 스폰서가 들어올 이유가 없다”라며 동남아 축구 열풍을 설명했다.

유재훈은 “이런 시스템은 본받을 만하다. 스폰서를 오게 만들어야 한다. 분명 과거에 K리그가 흥한 적이 있다. 한국인은 축구를 좋아한다. 왜 연결이 안 되는지 알 수 없다. 동남아의 수준은 낮지만, 시내를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수원 삼성에서 뛴 홍순학 선수도 관중 때매 심장이 뛴다더라. K리그 빅클럽서 뛴 선수도 그런 말을 한다”고 말했다. K리그를 향한 물음표는 한 번쯤 곱씹어야 할 문제다.

실제 동남아 축구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에시엔 소속 팀 페르십 반둥은 아시아 서포터 규모 3위에 육박한다. 라이벌전이 열리면 9만 페르시아 자카르타 국립 경기장은 매진이다. 뜨거운 열기 탓에 상대 팀은 전용 버스가 아닌 장갑차를 타고 오기도 한다.

■ 유재훈의 도전 그리고 가족




인도네시아 도전 8년 차. 유재훈의 나이도 어느새 35세가 됐다. 7년 동안 함께한 팀을 떠나 새 둥지를 튼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2018년 목표는 부상과 우승이다. 유재훈은 “미트라 코카 상승세의 발판이 되고 싶다. 그동안 우승 경험을 팀에 녹이고 싶다. 회장과도 약속한 부분이다. 내 임무는 최소 실점”이라면서 “부상을 피해야 한다. 지난해 모든 경기 풀타임 출전에 성공했는데 성취감이 정말 컸다. 올해도 기회가 된다면 전 경기 풀타임을 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최종 목표는 명쾌했다. 유벤투스 베테랑 잔루이지 부폰처럼 오래 동안 골키퍼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유재훈은 “구단에서 인도네시아 귀화 이야기까지 나온다. 40세까지 골문을 지키고 싶다. 귀화라는 걸림돌이 있지만, 지금 고민할 문제는 아니”라며 두 눈을 반짝였다.

가족은 언제나 큰 버팀목이었다. 울산 부모님과는 떨어져 지내지만 마음은 항상 함께였다. 리그 일정이 끝나면 꼭 한국에 방문하는 이유다. 가족의 믿음이 없었다면 유재훈의 도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부모님 응원과 기도로 큰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의 내조는 인도네시아 생활의 원동력이다.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얻은 성과는 모두 멀리서 응원한 가족 덕분이다.”



사진=유재훈 제공, 스포탈코리아DB, 영상=유투브 Papua Sport Chan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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